지난주에는 말 잘듣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선제 조건인 아이의 말을 경청해 주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주에는 부모의 어떤 요구에 대해서 아이가 말을 듣게 해야 하는지, 전략적 방법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부부문제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상담할때 나는 “choose your battle carefully” 라는 말을 자주 쓴다. 즉, 모든 일들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사안의 중요도도 다르다. 그러므로, 요모조모 따져서 자신의 입장을 꼭 관철시켜야 할 것에만 힘을 쏟지 그 밖의 중요하지 않은 일들은 그냥 가볍게 넘어가라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차이를 알지 못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엄마가 준비해 놓은 머리핀을 안꽂겠다고 하는 것과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것 간에는 사안의 중요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일의 중요도는 고려하지 않고, 아이가 내 말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 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이 두 가지 경우에 똑같은 강도로 아이를 야단치고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하는 경우가 그렇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남들을 통제하려는 엄청난 욕구가 있고, 남들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하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자신과 다름이라는 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건전한 상식을 가진 많은 부모들은 이정도로 심하게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이 어떻게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이들의 요구사항이나 의견의 충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를 한번 점검해 보는것도 좋을 것이다. 아이들과 의견의 충돌이 있을때 생각해야 할 것들로는, 아이의 요구가 타당한가? 아이의 요구에 대해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 즉,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가? 권위의 도전으로 생각하는가? 내가 꼭 이겨야 할 싸움인가? 등등의 것들이 있다. 갈등의 순간에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만들 수 있다면 요것조것 따져보고 져야 할 때와 이겨야 할 때를 현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모의 융통성있는 대처는 아이들에게도 살아있는 교훈을 준다. 늘 부모말이 옳으니까 따라야 한다는 강압적인 방식의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아이에게 질 수도 있다는 것은 아이의 의견도 부모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가 느끼게 해주고, 아이 스스로도 이겨야 할 싸움과 져도 되는 싸움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며, 대인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의견 충돌을 보다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게 된다. 말 잘듣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서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중요한 사안에서만 이기도록 하면 된다. 그러면 아이도 자기가 늘 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이기는 것을 보다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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