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A씨는 모범생으로 동료와 교수님들에게 많은 신임을 받고 있다. 얼마전 교수님의 추천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평가가 좋아 흐뭇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A씨에게는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고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A씨의 이중생활이다.
A씨는 일주일 중 5일동안은 완벽한 모범생으로 생활하지만 주말동안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술과 마약은 물론 바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잠자리를 하는것도 예사인 것이다. 처음에는 일주일 동안 힘들게 일했으니 주말 동안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자기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시켰으나 시간이 갈 수록 그 정도가 지나쳐가고 몇 번이나 필름이 끊긴채로 아침에 처음보는 남자와 낮선 장소에서 잠을 깨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참을 수가 없어 치료실을 찾게 되었다.
A씨의 아버지는 알콜중독, 일중독에 평생을 바람을 펴서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았다. 이로 인해 아버지가 집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집에 있을 때는 부부싸움으로 집안이 잔잔한 날이 없었다. 하지만 술기운 없이 집에 있을때 아버지는 짧은 시간이나마 A씨와 너무나 재미있게 놀아주셨다. 반면 어머니는 너무나 도덕적이고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으며 매사에 아버지와 자식들의 행동을 지적하고 비난했다. 어떻게 보면 A씨의 이중생활은 일주일에 5일은 어머니의 삶을 살고 나머지 이틀은 아버지의 삶을 사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도 한집에서 같이 사는 모습이 A씨의 삶에 그대로 녹아나 있는 것이다.
A씨의 어머니는 이런 환경에서 자식을 배려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늘 편가르기를 했고, A가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거나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면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너도 아버지와 똑같아!” 하면서 비난을 퍼부어댔다. 매사에 비판적인 어머니와는 달리 재미있게 놀아주시는 아버지를 이상화했지만, 늘 부재한 아버지를 믿고 의지할 수는 없었기에 살기 위해서 A는 어머니와 다른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들을 버리고 어머니처럼 사고하고, 어머니처럼 느끼고, 어머니처럼 행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어머니로부터 자유로왔던, 어머니 영향력 밖에 있었던 아버지의 삶의 방식에 대한 동경이 항상 있었다. 즉, 살기위해 5일 동안은 어머니가 되어야 했고 또, 이 숨막히는 생활에 숨통을 트기위해 나머지 2일 동안은 어머니의 영향력 밖의 아버지가되어야 했던 것이다.
오랜 기간동안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A씨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이 어떻게 자신의 삶속에 전이되었는지, 자신 살고 있는 삶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삶인지 아닌지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왜 그렇게 자동적으로 반복하면서 살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부모가 자신이 원했던 부모가 아니었음을,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가 자신이 원하는 부모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이 원했지만 실제로 가지지 못했던 아동기를 애도하고 떠나보내는 작업을 했다.이제 A씨는 자신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되는 것도, 어머니가 되는 것도 아닌 A씨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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