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씨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치료실을 찾았다. 화를 너무 자주내고, 또 한번 화가 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등 분노조절을 할 수 없으니, 대인관계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도대체 Y씨는 시도때도 없이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서 늘 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사는 기분이라니 가족들이 느끼는 긴장도와 스트레스 레벨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만 하다.
그러면 무엇이 Y씨를 그토록 화가나게 만드는 것일까? Y씨에 따르면 사람들은 너무 상식이 없고 무례하다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여러가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데, 그걸 귀찮아서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실이 너무 화가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어떤 요구를 했는데 부인이 바로 자신이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화가 불같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부인은 그냥 잊어버렸다고, 지금 다시 하면 되지 않느냐고 아무렇지 않게 말 하지만 Y씨에게 지금 다시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처음에 요구했을때 그것의 중요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해 내야지, 자신이 지적해서 하는 것은 부인이 하고싶지 않은데 마지못해 하는 것이고, 마지못해 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며, 부인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이고, 이런 요구조차 한번에 들어주지 않는 부인과 같이 사는 자신이 너무 불행하고, 이런 기분이 들게 만드는 부인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별것도 아닌일에 이토록 화를 내는 Y씨를 보는 가족들은 Y씨가 원망스럽지만, Y씨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같이 살면서 아직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렇게 단순한 것도 자신을 위해 해 주지 않으려고 하는 가족들이 원망스럽다. 그들이 조금만 생각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일인데 왜 계속해서 자신을 좌절시키려고 하는지, 그 이면에 어떤 동기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Y씨 같은 사람들을 자기애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남들이 자신의 마음을 읽고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주변 사람들을 자신과 분리된 다른 한 인격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이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사람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들의 존재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어 내가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인데, 그런 남들이 당연히 줘야 할것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관계는 유아와 어머니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유아는 말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표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가 항상 자신의 감각과 감정이입을 통해서 유아의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이런 어머니의 편집증적 수준의 보살핌이 없다면 유아는 생존할 수가 없다. 유아기와 아동기를 거쳐 부모의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면 이런 유아적 욕구가 고착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런 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Y씨는 치료사로부터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을 받으면서 자신이 더이상 철저히 부모에게 의존해야만 생존 할 수 있는 유아가 아니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나가고, 또 스스로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소한 일에 불같이 화를 내는 일이 줄어들고, 또 화가 나더라도 자신의 분노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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